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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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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7 22:34

이유임을 알았다

470
정계순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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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어느만큼 걸어 왔는지 까마득하다.
주어진 길따라 짐 보따리를 껴안고 

여기까지 왔다.


힘들다 길 섶에 던져 버린 것도 있고.

끝까지 움켜진 것도 있다.
보따리 안에 

누군가 어거지로 쑤셔 넣어 준 것도 있다.


버릴 수가 없어서, 
버려서는 안될 것 같아서 

팔이 저리고 등이 휘어져도 가지고 왔다.

맨도쟈의 회개는 아니더라도 

그래야만 될 것 같아서...


그러다가 어느날,
보따리가 나의 바람막이가 되었고,

잠을 청할 때에는 품어도 주었다.


외로울 때에는 친구가 되어 주었고,

나 홀로가 아님을 알게 해 준 동무였다.


 
그래서 보따리는 내가 살아야할 이유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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