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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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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4-21 00:56

부활 3주 화요일

1,440
김오석 라이문도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월요일은 주엽 성당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의 연습날이다. 9시에 모여 호수 공원에서 킨텍스를 돌고 오는 5km+1.5km=6.5km를 달렸다. 사람들이 왜 달리느냐? 물으면 난 대답한다. “맛있게 잘 먹으려고요!” 허기진 몸에 허기를 달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그 이상 먹어치우기에 먹는 대로 살이 오른다. 대사증후군을 포함한 여러 성인 질병들을 피하고 싶어 체중을 적정선에서 유지하고 싶지만 언제나 몸무게는 내 기대치를 훨씬 웃돈다. 사실 왜 달리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건강을 위해서라는 대답이 솔직한 것이고 점잖은 답이기도 하다.

의정부교구 신자들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건강(43,5%), 가족(33,5%), 신앙(15,6%)의 순서라고 답했음을-2013 천주교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생각한다면 건강을 챙기는 일이 그리 쑥스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이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어야 바람직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썩어 없어질 육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 땀 흘리며 애쓰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힘 빠진 다리에 조금만 더하면서 기를 쓰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때 좀 겸연쩍은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서 운동 후에 걸쭉한 막걸리 한 병에다 맛있는 동태 전으로 배불리 먹고 들어온 지금의 나는 배고프지 않다. 목마르지 않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면 당연히 또 허기질 것이고 목마를 것이며 그런 상황을 대비해 먹을 것, 마실 것에 대한 대책을 완벽하게 해 놓았다. 먹지 않고 마시지 않으면 내 육신의 생명은 며칠 가지 못해 기력을 잃고 스러지고 말 것이기에 먹고 마시는 일은 당연히 내 생명을 위한 기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예수님의 선언이다. 이 때 이 빵이 결코 우리 육신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그런 빵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우리의 생명을 참 생명이 되게 하는 예수님의 그 빵을 얼마나 갈망하며 살아가는지 돌아봐야 한다. 어쩌면 나의 영신 생명이 목마른지 배고픈지도 모르면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영혼의 갈증과 허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느끼려는 노력 하나 없이 매일 매일을 떠밀리듯이 오직 육신의 생명을 위한 빵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거나 아니면 그 빵을 너무 많이 먹어 살빼기에 전력을 다하거나, 아니면 귀찮아서 내적 갈증과 허기를 들여다보기를 애써 피해 도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명의 빵인 예수님께 다가가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내야한다. 기도하고 그분의 말씀을 읽고 되뇌고 묵상하고 실천하는 일에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내야 한다.

육신의 생명은 팔팔한데 내 영적 생명은 이미 사경을 헤매고 있지 않나 살펴보는 오늘이었으면 한다. 주엽동 본당 성체조배실이 멋지게 완공되어 열려 있다. 목마르지 않고 배고프지 않는 생명의 빵을 찾아 가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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