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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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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8-05 00:55

연중 18주 수요일

2,205
김오석 라이문도

,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15,28)

 

이방인인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께 청한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22, 25)

예수님의 대답은 참으로 냉정하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26)

 

자녀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강아지는 이방인을 가리키는 당시의 비유다. ‘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방인을 가리킬 때 쓰던 욕설 중 하나다. 그러나 딸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어머니는 참으로 강하다. 딸의 회복을 희망하는 그녀의 의지는 예수님의 를 앞당긴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이 그리 했듯이.

모욕적 언사를 딛고 넘어 예수님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은 한 마디는 이렇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7)

딸의 치유를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의 이 대답에서 우리는 주님 앞에 무릎 꿇는 겸손과 끈기 있게 매달리는 믿음, 그리고 자녀를 향한 가없는 사랑을 본다. 빵 조각이든 부스러기든 그것이 주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면 배를 부르게 하는데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고백이다.

예수님은 여인의 이 한 마디에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휘청거리신다. 당신 앞에 무릎 꿇은 여인 앞에 되레 예수님이 무릎을 꿇은 형국이다. “,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겸손은 믿음의 출발이고 본질이다. 겸손은 헛된 것을 바라지 않고 필요 이상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믿음이란 내 주변의 여러 다른 것들에 대해 주판알 튕기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비워 하느님께 맡기는 행위다. 이 믿음이 그 분을 알아보고 그 분 앞에 무릎 꿇게 한다. 바로 이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은총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주님의 음성이다.

 

믿음이라는 단어는 삶에 대한 최고의 긍정성을 그 안에 자동적으로 담고 있다. 삶을 긍정한다 함은 현실의 고난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꿈을 간직하고 있기에 미소로 인내하는 태도다. 꿈이 있기에 그에 필요하고 합당한 행위를 오늘 강인한 의지로 행하는 자세다. 이 믿음이 바라는 바를 이루게 이끌어 준다.

 

주님의 은혜를 청하는 우리의 믿음이 빵 부스러기를 청하는 여인의 용기와 겸손에 가 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주님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것이 은총의 덩어리이든 부스러기이든 우리가 주님께 나아가는데 차이가 없고 바라는 바를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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