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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6-25 22:46

연중 12주 금요일

2,402
김오석 라이문도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태 8,2)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태 8,3)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하고 싶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

어쩌면 멋진 인생이란 해야 할 의무와 욕망(desire) 사이에 겪는 긴장과 곤혹스러움 사이에서 선택과 조화를 잘 이루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의 묵상 주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한 일인데도 내키지 않아서, 즉 하기 싫어서, 게으름 때문에, 혹은 그 결과를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거절하는 우리의 선택을 돌아봤으면 한다.

아울러 그것이 악이고 복음에 반하여 하지 말아야 할 일임에도, 본성적 욕망을 이기지 못해 행하게 되는 우리의 선택에 대한 것도 함께 성찰했으면 한다.

그러고 보면 전자는 사랑의 행위에 적극적이지 않고 소홀히 하는 모습이고, 후자는 적극적으로 죄()를 범하는 모습이라고 하겠다.

 

예수님은 사랑을 행함에 있어서 주저함이 없으시다. 나병으로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격리되어 숨 쉬고 살아있으면서도 이미 죽음의 어둠 속에 내팽겨 쳐진 나병환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의 몸을 어루만지시고 당신이 하실 수 있고 하고자 하시는 일을 거리낌 없이 실행하신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예수님은 당연히 아픈 이를 낫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기에, 나병환자를 외면하지 않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시고 당신의 분명한 의지를 드러내시며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 주신다.

이러한 모습은 당연히 우리의 선택과 행위의 기준이고 지침이 되어야 한다.

 

조금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예수님은 하실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당신의 의지, 사랑의 의지를 더 소중하게 드러내 보이고 계심을 알 수 있다. “내가 하고자 하니는 내가 너를 낫게 하고 싶다는 의미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를 원하고, 나는 너를 죽음에서 생명에로 다시 되돌려 놓고 싶고, 창조의 본모습을 회복시켜 가족과 공동체의 품에 돌려보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사랑을 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능력 없음조차 놀라운 능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당신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범 말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적극적 의지로 행함으로써 선을 이뤄내는 것은 인간의 윤리적 차원의 빛나는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었지만, 하고자 하는 커다란 열망으로 이뤄내는 사랑과 선이야 말로 예수님께서 당신의 능력을 나눠주시어 이루는 신적 열매라 하겠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하여 선업을 쌓는 하루가 되게 하자.

오늘 내 힘으로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일지라도 내 안에 계신 주님의 도움을 청하면서 온전한 사랑과 선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청하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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