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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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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글

2015-06-23 23:24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2,408
김오석 라이문도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사도 13,25)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요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는 선구자(루가 7,27)로 평가되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 대축일이다.

여인의 몸에서 난 이들 중에서는 가장 위대한 이로 예수님께 칭송받는(루가 7,28) 요한은 예수님 활동 이전에 광야에 머물면서 세례 운동을 주도했다. 사람들은 예루살렘과 유다와 요르단 부근 여러 지방에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려고 달려오며 또 예수님의 뒤를 따른다.(마태 3,5; 4,25 참조) 요한의 세례 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여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았다.(마르 1,5 참조)

 

루가복음의 요한 탄생 이야기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와 나란히 소개되는데,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석녀였고 늙은 엘리사벳에 의한 요한의 잉태(루가 1,7)와 예수님의 성령에 의한 잉태는(루가 1,35) 서로 대비된다. 요한은 또한 엘리사벳의 태중에서 마리아의 태중에 있는 예수님을 만나고 기뻐 뜀으로써 구세주를 알아보는 예언자적 동작을 보여주기도 한다.(루가 1,41)

 

요한은 사람들이 예수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몰려들자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요한 3,28) 라고 말하며 그분은 커져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고 증언한다.

 

사실 요한의 세례 운동과 예수님의 하느님나라 운동 사이에는 묘한 경쟁과 긴장이 흐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요한의 죽음 후에도 그를 흠모하는 군중들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요한을 메시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루가 3,14-15: 요한 1,8. 15. 20-21) 요한복음서와 사도행전은 요한의 제자들과의 경쟁관계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요한은 길을 닦는 선구자였고 헤로데 안티파스의 불의와 부정을 질타하는 예언자였으며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 자신의 뜻을 제어할 줄 아는 하느님의 사람이었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마르 1,7) 하신 그분의 양보와 겸손은 세례자 요한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모습이다.

 

인간적으로 바라볼 때 많은 인기와 존경을 받는 선배가 더 큰 그릇인 후배를 알아보고 양보하고 겸손하기는 쉽지 않다. 하느님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개방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를 이룬 영적인 성숙을 이룬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탄생 대축일을 맞으면서 나의 영적 성숙도는 어느 정도인지 살폈으면 한다. 나보다 뛰어나고 앞서가는 다른 이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한 양보와 배려 그리고 겸손의 마음을 하느님께 청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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