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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6-23 23:19

연중 11주 금요일

2,428
김오석 라이문도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 6,20)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21)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공동번역성서, 마태 6,21)

 

서울 가좌동 본당에 있을 때 내 생애 처음이자 아직까지는 마지막이 된 새 자동차(누비라)를 갖게 되었다. 그 후 현재 타고 있는 자동차를 포함해 3차례 차를 바꿨지만 쭈욱 중고차를 구입하였다.

 

성당 마당에 주차해둔 새 자동차를 바라보는 나의 심장은 설레임과 조바심으로 두근거렸다. 흠집 하나 없이 잘 빠진 유선형의 외관과 내부 시트에서 배어나오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휘발성의 향기(?)는 나를 살짝 혼 빠지게 했다. 밤에 잠잘 때도 누비라의 안녕(?)이 궁금했고 혹 누가 성당 마당에 들어와 내 애마를 흠집 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어린 시절, 설날 전날 엄마에게 선물 받은 새 옷을 꼭 껴안고 잠들던 그런 심정이었고, 할 수만 있다면 새 차를 껴안고 잠들고 싶었다.

 

급기야 토요일 어린이 미사 후에 성당 마당에서 공을 차며 놀고 있던 복사 아이들을 호통쳐 얼른 집으로 돌려보내고서, 뭔가 불편한 내 마음을 한참동안 주체 못하다 얼마나 내가 얼뜨기처럼 행동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새 차에 흠집 날까봐 놀고 있는 아이들을 억지로 일찍 집에 돌려보낸 나의 처사는 어리석은 부자와 다를 바 없었다. 그날 밤 죽을 운명이던 어떤 부자가 창고에 쌀가마를 가득 채우고 만족하였다는 성서의 말씀이 퍼뜩 떠올랐다.

너희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이 있다.” 전 재산을 새 자동차에 쏟아 부었던 나의 마음은 온통 자동차에 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단지 삶의 도구에 불과한 자동차가, 건조하게 분석하면 쇳덩어리에 불과한 그것이 내 마음에서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고 급기야 하느님을 밀어내고 있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살덩어리를 가진 물질적 존재다. 사람은 또한 눈에 보이는 육신의 물적 조건을 넘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숨결을 생명의 원리로 간직한 영적 존재다. 인간은 영과 육의 온전한 합일체다. 이것은 신학적 인간학의 통찰이다. 육 따로 영혼 따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물질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물질과 재물은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다. 없으면 살 수 없다. 때문에 재물과 물질은 소중하다. 땀과 눈물을 쏟으며 재물을 얻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은 그러므로 거룩하고 정당하다. 그렇게 하여 얻은 재물이 나의 생명과도 같이 아깝고 귀하지 않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나의 재물이 있는 곳에 나의 마음이 함께 따라가는 것은 인간의 본성적인 성향이라 할 수 있다.

 

주식에 많은 돈을 투자한 사람은 온통 주식시장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거액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한 남자는 그 여인에게 온통 마음을 둘 수밖에 없다. 비싼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은 그 차에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그러나 이 땅위의 그 어떤 것도 나의 마음을 영원히 붙잡아 두지 못한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 한다.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기”(마태 6,19)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의 재물을 하늘에 쌓아라!’ 하늘이란 땅에 맞닿아 있는 하늘이다. 하느님께 나의 생명과도 같은 재물을 드리는 사람은 늘 하느님 생각만 하고 살 수 있으리라. 재물을 하늘에 쌓는 일, 하느님께 나의 땀과 눈물과 피의 열매인 재물을 드린다 함은, 예수님께서 당신과 동일시 한 이 땅의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나의 재물을 나누는 일이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들에 나의 재물을 기꺼이 내어놓는 일이다. 나의 재물이 하느님께 바쳐졌다함은 적어도 나의 육적 생명의 소중한 부분이 하느님께 봉헌되었음을 의미하는바 어찌 내 마음이 늘 하느님께 가 있지 않겠는가?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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