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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5-06-23 23:18

연중 11주 목요일

2,224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마태 6,7)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면서 하신 예수님의 당부다.

빈말이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소리를 의미한다. 아무런 의미 없이 내뱉는 수다에 불과할 뿐인 그런 말마디를 뜻한다. 공허한 말, 열매를 맺을 수 없는 말, 정성과 열정, 감동 없이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진 시끄러운 꽹과리의 울림 같은 그런 말을 기도할 때 떠벌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가르쳐준 기도가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주님의 기도이다.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는 일곱 개의 청원이 들어 있다.

아버지의 이름,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뜻으로 나타나는 하느님에 관한 세 가지 청원과 우리의 일용할 양식, 우리 잘못의 용서, 우리의 유혹, 우리의 악에 관한 네 가지 청원이 그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간구하며 이미 오신 하느님을 받들어 섬기고 장차 드러나게 오실 하느님을 고대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우리의 삶 속에서 뿌리내리게 하시고, 아울러 육신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을 청하고 이로써 나날의 어려움을 감당하기를 바라며, 또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세상의 유혹과 악으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해달라는 청원이 담겨있다.

 

얼마나 자주 마음을 싣고 정성을 담아 주님의 기도를 드리고 있는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찬미와 감사 그리고 속죄와 청원이 담긴 완전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가 나에게 와서 마치 앵무새의 반복처럼 영혼 없는 소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심이 담기지 않고 그저 와글와글 떠드는 빈말이나 수다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기도이다. 하느님께 기도를 드린다 함은 바로 이 주님의 기도가 품고 있는 내용으로 충분하다. 예수님이 바쳤던 기도였고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능하면 자주 주님의 기도를 묵상하자. 물론 하루에 얼마나 많이 주님의 기도를 드리고 있느냐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 한 번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기도문의 의미를 되씹으며 내 입으로 발설하고 있는 그 말들의 의미를 진심으로 청하고 실천하기를 바라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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