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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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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13:20

사순시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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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순 엘리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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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대방동 본당 주보에 올렸던 글이 생각나 다시 올려본다.

그 당시...
영등포 역에서 문래동 방향으로 약 100m 쯤 올라가면 사랑의 선교회가 있었다.
30 년 전이니까 지금도 아직 그곳에 있을지 모르겠다.

수사님들이 운영 하시는 이 사랑의 선교회에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해 주고 계셨다
영등포 역 주변의 뒷골목 여인들과 거리 상인들과 행랑객들이 손님이다.
일주일에 5회를 250~300여명의 식사를 제공해 주고 있었는데 
시간은 오후 1 시부터 오후 5 시까지 4 시간동안 문을 열었다.
여기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은 문이 열리면 식사를 하시고 
닫을때 쯤이면 한 번 더 오셔서 식사를 하신다.

하루 식사를 여기서 해결 하시는 것이다.
 
각 본당에서 또는,

숨은 협조자들이 끊임없이 그 많은 식사 재료를 가지고들 오신다.
약속도 없이 그날, 그날 나누어 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이렇게 그곳은 매일 기적이 일어난다.


그 시절 나는,

레지오 활동으로 일주일에 한 번을 봉사를 했다.
봉사자들도 그 음식을 함께 먹었는데,
처음에는 남루한 옷 차림새와 역한 체취,
그리고 그릇을 락스로 닦는 것을 보며,

너무 역겨워 밥을 먹을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곳의 커다란 솥에서 끓인 된장국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참으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음이다.
모두가 주님의 사랑 받아야할 존재임을 알게되었다.

그리 기쁘게 봉사하고 있던 어느날,
초라하지만, 아주 고상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40대 여인이 들어와 밥을 청했다.
한그릇 먹고 두 그릇 먹고  세그릇을 먹었다.
아무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는 그녀의 촛점 없는 눈을 바라보다가
나는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배고픔보다는 마음이 고팠던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살아 간다.
물질과 마음을 함께 나눌수있는 명약이 있었음 좋겠다.

사순시기가 시작되었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몸과 마음이 고픈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그 고픔을 어루어 만져줄 수 있기를...

코로나로 더욱 외로워 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묵주알을 돌린다.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내 방식의 사랑아야" 라고 변명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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