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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2-20 00:38

사순 1주 토요일

3,000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마태 5,44; 5,46)

 


우리 그리스도인의 가슴팍에 꽂히는 예수님의 날카로운 화살이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한걸음씩 다가서야 하는 도전의 과제다. 실상 원수를 사랑하기는커녕 당연히 헌신과 희생을 다해 폭포수 같은 사랑을 나누어야 할 가족, 부모님과 자녀들에 대해서도 애증의 감정과 원망을 가슴에 품고 힘들어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순된 처지가 아닌가?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원수를 사랑해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마태 5,44-45 참조)고 말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어렵고 오르지 못할 절벽처럼 느끼며 살아가는가? 애를 쓰고 기를 써 봐도 미운 놈은 미운 놈이다. 그렇지 않은가? 왜 그럴까?

 

 


욕심 때문이다. 더 편하기를 바라고, 더 누리고 싶어 하고, 더 가지려 하고, 더 지배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나의 이익과 나의 안전에 집착하는 이기심 때문이다. 나만을 생각하고, 손해가 되는 일은 절대적으로 외면하고, 이익이 되는 일에는 물불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이기심 때문이다. 나만 잘된다면 다른 사람의 처지와 형편은 돌아보지 않는 무관심 때문이다.

 


소시민적인 안락함에 만족하고 나와 가족의 안위만을 추구하며 좁쌀 같은 작은 행복감에 도취되어 참된 자기를 잃어버린 이기적 개인주의의 가치관에 치우쳐 살면서도 전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한 삶의 열매는 허무와 허탈일 뿐이다. 돈이 말을 하고 돈이 권력이 되고 돈이 인격이 되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무비판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휩쓸려 살면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착각은 사랑을 나락으로 밀어내고 만다.

 


흉악한 범죄자도, 거짓과 위선의 사기꾼도, 모략과 음모로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데 앞장서는 모리배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할 줄 안다. 사랑의 지평을 확장하지 못하고 1m 반경의 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기적 사랑의 범주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께 다가설 수 없다.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없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을 넘어, 가족과 피붙이와 절친한 친구와 이웃을 넘어, 낯선 사람, 나에게 불친절한 사람, 나에게 손해를 입히고 해코지 하는 사람,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왕따를 시키며, 나의 존재와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에게까지 사랑의 의무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은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제자로서의 우리 믿는 이들에게 주어진 평생의 도전이 된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꽉 쥔 손을 펼 수 있는 용기와 여유를 청해야 한다. 자기를 비우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생활의 필요를 줄여 적게 소비함으로써 돈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영혼이 마비될까 노심초사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내 사랑의 여정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돌아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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