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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2-16 00:30

사순 1주 화요일

3,172
김오석 라이문도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6,7-8)

 


기도를 입으로, 말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 소란스러운 것이 이 때문일까?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고 싶어도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기도 소리가 뒤섞여 알아들을 수 없어서 속수무책일 수도 있겠다. 기도는 온 몸과 마음, 삶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도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혀끝에 발린 말이나 소리가 아니다. 하느님은 귀머거리도 아니고 주무시고 계신 것도 아니다.

 


기도란 무엇인가? 하느님께로 정향된 마음이고 삶이다.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다. 숨 쉬는 것이다. 밥을 먹지 않으면 사람은 당연히 죽는다. 신앙인이 기도하지 않으면 숨 쉬지 않는 것이며 영혼이 죽는다. 먹지 못해 빈사 상태에 놓인 사람을 보면 우리는 측은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다. 몇 끼 못 먹으면 정신을 못 차리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왜 기도하지 않아 빈사 상태에 빠진 우리 자신의 영혼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하고 태연자약할까? 죽어 있는 우리의 영혼을 되살려야 한다. 기도해야 한다. 어떻게? 끊임없이, 정성을 다해.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과 말과 생각과 행동이 하느님께 드리는 봉헌 예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매순간 주님의 현존을 잊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왜 기도를 하지 않을까? 기도의 힘을 신뢰하지 못하는 불신 때문이다. 혹은 얻고자 하는 열매에만 너무 집착하기 때문이다. 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태도는 하느님을 자동판매기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실 모든 기도는 응답이 주어지고 열매를 맺는다. 다만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 기도하는 사람의 처지와 구원에 도움이 되도록,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모든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합당한 열매가 주어진다. 이것을 믿는 사람은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주님, 제 뜻대로가 아니라 당신의 뜻대로 제게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걸음 나아가 성숙한 기도는 개인적인 속죄와 청원, 감사와 찬양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기도가 되어야 한다. 나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개인적, 이기적 관점을 절제하고 하느님의 뜻이 나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청해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 기도의 모범으로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주님의 기도는 저희, 우리가 주체가 되는 기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도는 와글와글 빈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손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립 서비스(lip service)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내적 침묵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 신뢰와 사랑이라는 내적 태도이다. 기도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손길에 자신의 삶과 생명을 맡기는 전적인 투신이다.

 


기도하지 않는 나태한 나의 삶을 돌아보고 개인의 기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필요를 주님께 간구하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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