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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엽동성당

말씀과 함께, 공동체와 더불어

사제의글

2016-02-04 23:54

연중 4주 금요일

3,305
김오석 라이문도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마르6, 27)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의인의 고난과 죽음 뒤에 숨어있는 권력의 메카니즘을 읽을 수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 맞으면 아프고 상처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꼭 해야 할 말조차 함구하고 침묵을 지켜야 할 것인가?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회피할 것인가?

 


개성이 강하고 자기주장 혹은 고집이 강한 사람이 있다. 대중 속에 묻혀 있지 못하고 튀는 사람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타인의 관심, 눈총을 받게 마련이다. 튀는 것이 자기 잘난 체 하기 위한 것이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거나 혹은 거짓과 불의를 옹호하고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공동선과 진리와 정의의 정()을 주저 없이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옳은 일이다.

 


반면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일 앞에서, 권력의 정 맞는 것이 두려워 적당히 타협하거나 피하거나 자기 보신의 선택을 하여 군중 속에 묻히는 것은 비겁하다. 예언자란 모름지기 불의한 권력자들과 군중 속에 숨으려 꼬리를 감추는 사람들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사람이다. 하느님 말씀의 날카로운 비수를 그들의 심장에 들이대는 사람이다. 그래서 불의한 권력자들과 자기 홀로 고요히 머물려 했던 사람들을 뒤집어 놓는다. 세례자 요한이 그랬고, 예수님이 그러했으며, 순교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불의한 권력과 군중 속으로 애써 피해 도망가는 이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사람들이 예언자에 가깝고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오늘 복음에서 핵심 인물을 헤로데다. 불의한 권력의 최종 행사자이기 때문이다. 불의한 권력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간사한 모사꾼인 헤로디아의 모사도 자신의 체면과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덥석 받아들인다. 그리고 모사꾼 헤로디아의 도구로 이용되는 불쌍한 꼭두각시 헤로디아의 딸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서 권력에서 나오는 달콤한 열매의 이삭줍기를 하는 방관자로서 헤로데 잔치의 손님들이 있다.

 


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여러 인간의 군상을 다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권력자로서의 헤로데, 권력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요한, 권력의 주변에서 음모와 협잡을 통해 권력의 열매를 누리려는 모사꾼으로서 헤로디아, 권력자와 모사꾼의 단순한 도구에 불과한 헤로디아의 딸, 권력의 불의한 메카니즘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로서의 손님들이 있다.

 


우리들의 일상은 크든 작든 권력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인간관계 안에서 권력의 메카니즘과 관련을 맺고 살아간다. 나는 지금 어디에, 누구의 자리에 있는지 묵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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